오늘의 주제는 점점 사라지는 것들의 가치를 되새기는 중요성에 대한 글입니다.
흔히 있을 때 잘하자 라는 말이 있죠. 늘 우리와 함께 있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에 오히려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잃어버린 푸른 하늘, 더 이상 살 수 없는 황폐해진 땅,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까지 이 지구상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문화, 추억부터 미래까지 영영 잃어버리기 전에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이야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가치의 발견
- 크리스마스트리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화려한 장식과 반짝이는 조명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주로 사용되는 나무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아시나요? 나무의 고향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나라 전나무의 일종인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생하며, 해외에서는 'Korean Fir'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해외에 알려지게 된 사연은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인 1902년 천교차 조선을 찾았던 프랑스 신부 에밀 타케는 제주도 서귀포 성당의 주임 신부로 부임되면서부터입니다. 우리나라 식물들에 관심이 많았던 에밀은 한라산의 식물을 채집해 세계 식물 연구 기관에 표본을 기증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1920년 식물분류학자인 어니스트 윌슨은 구상나무 표본에 'Abies koreana'라는 이름을 붙여 함께 보고 하여 세상에 알려진 구상나무는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되어 확산되었고, 사시사철 내내 푸른빛을 뽐내며 크리스마스트리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게도 구상나무가 점차 멸종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 이유는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적설량이 줄어들게 되었고, 이에 따라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양까지 줄어들어 구상나무 생장에 영향을 끼쳤는데요. 실제로 최근 구상나무 군락지 중 축구장 3,200여 개의 면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비단 우리나라 나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고유적인 구상나무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자생하는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들도 기후 변화로 인한 서식지 훼손, 해충 감염, 삼림 벌채 등의 이유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먼 훗날 크리스마스트리가 옛 기억 속으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 커피 한잔의 여유가 사라진다면?
피곤한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 식곤증을 물리칠 때 습관처럼 꼭 찾는 것이 있지요. 현대인의 필수품 커피입니다.
삶의 일부가 된 한잔의 휴식 커피가 지금은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에 보편화되어 있는데 현재 하루에 20억 잔 이상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십 년 뒤 커피가 어마어마한 돈을 내야 겨우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2019년 영국의 식물원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야생 커피나무 품종 중 무려 60%가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전 세계 커피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대표 품종인 아라비카는 2040년에 멸종 예정이며, 전체 커피 품종 중 80%는 2088년에 사라져 버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입니다. 커피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커피나무는 연평균 15~24도의 선선한 기후의 고지대에서 자라며 풍부한 강수량을 필요로 하는데요. 이런 기후적 영향 때문에 열대, 아열대 지역의 북회귀선 아래 커피 생산지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일명 커피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연평균 기온이 상승, 가뭄과 폭우가 잦아진 탓에 커피 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2008년에서 2013년 사이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커피나무에 녹병이 확산되어 커피 생산량이 30% 가 줄어들고, 커피콩 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추억을 아름답게 지키고 후대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게 하려면 지금 모두 환경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 개구리참외를 아시나요
능금, 돌배, 오얏, 노란 찰, 돼지 찰벼, 앉은뱅이밀 이것들은 길게는 수백 년 전부터 우리의 밥상에 올라왔던 한국 토종 농산물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식탁은 어떤가요? 수많은 토종 농산물 대신 더 맛있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해외 품종들의 농산물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우리 식탁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 농산물 중엔 일제 강점기를 거쳐 약 100년이나 이어져온 여름철 과일인 성환 참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충남 천안시 성환에서 재배되는 참외는 울퉁불퉁 초록빛깔 때문에 마치 개구리를 닮았다고 해서 일명 개구리참외라고도 불립니다. 이 개구리참외는 아삭아삭 식감과 향긋한 향, 수분이 풍부하여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며 여름철 과일로 사랑받았습니다. 그런데 1960대 들어 개구리참외보다 당도가 높은 노란 참외의 도입 때문에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개구리참외는 노란 참외 보다 칼슘, 비타민 함량이 2배 높은 데다가 이뇨작용을 도와 성인병 예방과 임산부의 건강에도 좋은 점을 내세워 2015년 들어 건강과일로 주목받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종자 개량 등 농가 노력에도 한때 100곳이 넘던 개구리참외 재배농가는 올해 기준 단 한 곳으로 또 하나의 토종 과일이 우리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 사라진 우리 가양주 문화
2020년 세계적으로 불명예를 안은 K-푸드 1위는 바로 한국의 술입니다.
지금은 소주로 점철된 한국의 술 문화가 예전에는 맛도 종류도 다양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심지어 우리는 예부터 집집마다 술을 담가먹는 가양주 문화가 있었는데요. 가양주는 조선시대 문헌의 기록된 종류만 약 400종, 기록되지 않은 것을 합치면 약 1,000종입니다. 우리에게도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다양한 술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활발했던 가양주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이유는 일제강점기 시절 세금 확보를 위해 1909년 일본은 술 제조에 세금을 먹이는 주세법을 제정하고, 1916년엔 더욱 강화된 주세령을 반포하여 세금을 많이 거두고 관리하기 위해 가양주 제조 면허제까지 도입하였습니다. 하루아침에 가내수공업자들은 밀주업자로 전락하였고, 해마다 수천 명이 적발되어 벌금을 물어야만 했습니다. 세금 징수액도 어마어마하였는데요, 1933년에는 조선 전체 세액 중 무려 33%가 주세였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게 1916년에 30만 개소이던 가양주 제조 면허는 1929년에 265개소로, 1932년에는 1개소로 점점 줄다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가양주 문화가 사라지고 우리 전통주는 점점 더 사양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전통 가양주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986년 향토술 담그기가 중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16년부터는 대형 양조장이 아닌 음식점에서도 직접 담근 술을 팔 수 있게 되며, 2017년도부터는 온라인에서도 전통주 판매가 허용되었습니다.
- 인간의 욕심에 고통받는 문화유산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페루의 마추픽추는 약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옛날 잉카인들의 문화가 숨 쉬고 잇는 곳입니다. 그곳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다 1983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인 마추픽추가 파괴 및 그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도한 관광산업과 도시개발로 인해 마추픽추가 훼손위기에 처했습니다. 세계의 기념물 기금에서는 마추픽추가 지나친 훼손위험에 노출되었다며 2010년 감시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관광객들에 의한 유적지 훼손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페루 당국은 오전 6~8시 사이엔 시간당 800명, 이후 시간에는 600명 안팎의 하루당 관광객 수를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관광객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하게 되면 흔히 관광객 유치를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페루 정부 역시 1990년 후반 유적지인 마추픽추 근처에 호텔, 레스토랑이 있는 관광단지 및 케이블카 건설을 허가하였습니다. 2000년에는 마추픽추에서 맥주광고를 촬영하던 도중 크레인이 넘어져 해시계로 사용되었던 인티와타나 바위가 훼손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2019년에는 페루 재무장관이 관광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근처지역인 친체로에 국제공항을 개간하는 사업을 시행한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역사 깊은 문화유산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 방치된 비지정 문화재
서울시 종로구 한 음식점 야외 주차장에 무성한 잡초들 사이 덩그러니 놓인 석탑 하나가 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울타리는커녕 표지판도 없어서 언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왜 왔는지 그 누구도 정체를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석탑 일부가 훼손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남 해남군에서는 바위의 음각으로 불상을 조각한 '마애여래좌상'이 훼손된 채로 발견되었는데요. 훼손시기 파악은커녕 복원과정에서 2차 훼손까지 발생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 문화재들이 이렇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문화재들이 비지정 문화재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들이 크게 규정 관리되는 지정 문화재와 등록문화재, 그리고 별도로 규정관리가 되지 않는 비지정 문화재로 나뉘는데요. 비지정 문화재는 예산과 인력문제로 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관리가 안될뿐더러 심지어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합니다. 비지정 문화재라고 해서 역사적 가치가 없는 건 절대 아닙니다. 아직 학술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들은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원석으로 연구와 조사 끝에 지정 문화재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국의 비지정 문화재는 약 25만 점에 달합니다. 2006년부터 2011년 말까지 확인된 도난 문화재 가운데 78.9%가 비지정 문화재였다고 합니다. 비지정 문화재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 체계가 없다는 것인데요. 그렇다 보니 도난은 물론이고 재난, 훼손, 보수에 대한 대응기준이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5년 제주도 서귀포시 예로부터 잠녀와 어부들이 제사를 지내던 신당 무수물당이 한 주민이 보수를 한다며 시멘트를 사용해 훼손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선조들이 남긴 모든 문화재가 소중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지정문화재로 등록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관리체계라도 갖추어야 우리의 문화유산과 그 가치를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
"잊혀지는 소중함 - 가치를 되새기는 순간"에 대하여 글을 써보았는데요, 우리는 이 지구상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들을 향한 우리의 책임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생물종의 멸종, 자연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우리의 일상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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